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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선택 방지조항 실제 사례와 해외 입법 동향 비교 분석

NewsInsight 2025. 6. 9.

 

정당 경선의 뜨거운 감자: 역선택 방지 조항, 한국과 해외는 어떻게 다를까요?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선거 때마다 후보를 정하는 정당 경선 과정은 늘 큰 관심사입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선거의 판세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경선 과정에서 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역선택 방지 조항'입니다.

이 조항이 왜 필요하다는 주장과 왜 문제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걸까요? 또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별한 제도일까요, 아니면 다른 나라도 비슷한 장치가 있을까요? 오늘은 역선택 방지 조항이 무엇인지, 한국에서는 어떤 실제 사례가 있었고 어떤 논란이 있는지, 그리고 해외의 후보 선정 방식과는 어떻게 다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역선택 방지 조항이란 무엇인가요? 왜 필요할까요?

정당의 후보 경선은 원칙적으로 해당 정당을 지지하거나 소속된 사람들이 참여하여 우리 당의 얼굴이 될 대표 선수를 뽑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 당 지지자가 아닌 다른 정당, 특히 경쟁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경선에 참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바로 '역선택'의 가능성이 생깁니다. 역선택이란 경쟁 정당의 지지자들이 상대 당 경선에 일부러 참여해서 본선 경쟁력이 약해 보이거나, 혹은 특정 성향이 강해서 우리 당 후보와 붙었을 때 이기기 쉽다고 판단되는 후보를 밀어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경선 결과가 왜곡되고, 결국 우리 당 지지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후보가 아닌, 상대 당이 바라는 후보가 선출될 수도 있겠죠.

역선택 방지 조항은 이러한 역선택을 막아서 경선 결과의 '정당성'을 지키고, 해당 정당의 핵심 지지층과 중도층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도입되는 장치입니다. 주로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에서 활용되는데, 여론조사 응답자에게 '지지하는 정당이 어디인지' 물어보고, 특정 정당(예: 경쟁 정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은 경선 결과에 반영하지 않거나 가중치를 적게 주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2. 한국 정치의 실제 사례: 20대 대선 경선에서의 논란

우리나라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이 가장 크게 주목받았던 사례는 바로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국민의힘 당내 경선(2021년) 이었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여러 후보들이 치열하게 경쟁했는데,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역선택'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특정 후보(당시 윤석열 후보 등)가 강세를 보였지만, 전체 야권 지지층이나 무당층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다른 후보(당시 홍준표 후보 등)가 더 높게 나오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경선 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과연 이 현상이 상대 당 지지자들이 본선에서 상대하기 쉬운 후보를 밀어주는 역선택의 결과인가, 아니면 우리 당이 중도층과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인가'를 두고 당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국민의힘은 경선 최종 룰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했습니다. 구체적인 적용 방식은 논의 과정에서 여러 안이 나왔지만,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에게 가중치를 더 부여하거나, 다른 정당 지지층 응답을 제외하는 방식 등이 검토되고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조항의 도입을 두고 후보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외연 확장에 강점이 있다고 평가받던 후보 측에서는 자신에게 불리하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핵심 지지층 결집에 강점이 있는 후보 측에서는 역선택 방지가 필요하다며 찬성했습니다. 이는 역선택 방지 조항 하나가 경선 결과에 미칠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물론 다른 정당에서도 역선택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있어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도 경선 룰 협상 시 역선택 이슈가 거론되기도 했고, 특정 방식의 역선택 방지 조항에 반발하며 경선 불참을 선언하는 사례도 일부 있었습니다.

3. 역선택 방지 조항에 대한 엇갈린 시선

역선택 방지 조항은 도입될 때마다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섭니다. 각각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긍정적 측면 (찬성론):

  • 경선 결과의 정당성 확보: 당의 주인인 당원과 핵심 지지층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여 경선 결과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상대 당의 악의적 개입 차단: 경쟁 정당 지지층의 의도적인 개입으로 경선 결과가 왜곡되는 것을 막아 경선의 순수성을 지킬 수 있습니다.
  • 당 정체성 수호: 당의 이념과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들에 의해 후보가 선택되도록 하여 당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습니다.

부정적 측면 (반대론/비판론):

  • 외연 확장 저해: 본선 경쟁력은 결국 폭넓은 지지 기반에서 나옵니다. 중도층이나 합리적인 다른 당 지지층에게도 어필해야 하는데, 경선 단계부터 이들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것은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를 가려내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 열린 경선 취지 훼손: 국민 참여를 명분으로 여론조사를 경선에 반영하면서도, 특정 응답자를 배제하는 것은 '국민에게 문호를 개방한 열린 경선'이라는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는 비판입니다.
  • 조사 방법의 한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가 자신의 정당 지지 성향을 솔직하게 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무당층'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기술적이고 방법론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 특정 후보 유불리: 어떤 방식으로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경선 룰 협상 단계부터 공정성 논란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결국 역선택 방지 조항은 '핵심 지지층의 의사 반영'과 '외연 확장 및 국민 참여'라는 두 가지 상반된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이지만, 그 균형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계속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민감한 문제입니다.

4. 해외의 후보 선정 방식과 비교해 보면?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도 한국처럼 정당 경선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법으로 정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규제하고 있을까요? 흥미롭게도 해외에서는 한국과 같은 형태의 '역선택 방지 조항'이 보편적인 입법 동향으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이는 각국의 선거 제도, 정당 구조, 그리고 후보 선정 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프라이머리(Primary) 제도입니다. 미국은 각 주(State)마다 정당 후보를 뽑는 프라이머리 방식이 매우 다양합니다.

  • Closed Primary (폐쇄형 경선): 이 방식은 해당 정당에 미리 등록된 당원만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민주당 프라이머리에는 민주당원으로 등록된 유권자만, 공화당 프라이머리에는 공화당원으로 등록된 유권자만 참여할 수 있죠. 이는 사실상 가장 강력한 형태의 '역선택 방지' 효과를 가집니다. 참여 자격 자체가 '당원'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한국처럼 여론조사에서 다른 당 지지자를 걸러내는 '조항'이 따로 필요하기보다는 시스템 자체가 당원 중심인 것입니다.
  • Open Primary (개방형 경선): 이와 반대로 개방형 경선은 유권자가 자신이 어떤 정당 소속이든 상관없이 투표소에 가서 원하는 정당의 프라이머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화당 지지자라도 민주당 프라이머리에 가서 투표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 정당 경선에 참여하면 다른 정당 경선에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 이 방식은 유권자의 폭넓은 참여를 보장하지만, 역선택의 가능성에 더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Mixed/Hybrid Primary (혼합형 경선): 그 외에도 주마다 다양한 형태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무당층 유권자는 어느 당 프라이머리든 참여할 수 있게 하거나, 특정 기준에 따라 참여 자격을 제한하는 방식 등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어떤 형태의 프라이머리 시스템을 채택할지는 각 주 정부가 결정하거나, 정당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역선택 가능성을 줄이거나 유권자 참여를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 '어떤 시스템 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이지, 한국처럼 여론조사 과정에서 특정 응답자를 배제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 '을 법으로 강제하거나 전국적인 입법 동향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유럽 등 많은 다른 국가들은 한국이나 미국처럼 대규모 국민 참여형 경선 시스템 자체가 보편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후보 선정 방식이 당내 소수 의견 수렴, 당직자 회의, 또는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 등 당원 중심의, 비교적 제한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역선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아예 다른 차원에서 관리되기 때문에 역선택 방지 조항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될 필요성이 크지 않습니다.

결론: 한국 역선택 방지 조항의 특징과 의미

결론적으로 한국의 '역선택 방지 조항'은 정당 경선, 특히 여론조사 방식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역선택 우려가 커지면서 도입된 한국 정당 정치의 독특한 현상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유권자의 폭넓은 참여를 경선에 반영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역선택)을 최소화하려는 한국적 시도입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 조항은 외연 확장 저해, 열린 경선 취지 훼손 등의 비판과 함께 늘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의 주요국들이 후보 선정 과정에서 역선택 문제를 다루는 방식(예: 미국의 다양한 프라이머리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으며, 한국처럼 특정 '조항'을 통해 이를 규제하는 것이 해외의 보편적인 입법 동향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앞으로 한국 정당들이 경선 과정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어떻게 설계하고 적용할지는 계속해서 중요한 논의의 장이 될 것입니다. 핵심 지지층의 의사 반영과 국민적 지지 기반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정당들의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이 글을 통해 역선택 방지 조항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다음에도 더 유익하고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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